Russia Khaba, Kyrgyzstan Biskek
Kyrgyzstan

에따 러시아

그나마 우호적, 협력적이었던 우주개발 분야에서도 삐걱대는 미-러시아

비쉬켁 2018. 10. 2. 22:49

범죄인가? 실수인가?
우주인 6명이 체류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발생한 '산소 유출' 사고의 원인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ISS에 도킹한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 MS-09’ 내부에 직경 2㎜ 크기의 구멍 2개가 지난 8월28일 발견됐다. ISS 내부의 압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에 직면한 우주인들이 산소 유출지점을 수색하다가 도킹된 소유즈 우주선에서 2개의 구멍을 찾아낸 것이다. ISS 내부 공기는 그 구멍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구멍을 발견한 우주인이 재빨리 손가락으로 막았고, 이후 우주인들간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우주인들이 나서서 밀폐접착제 등으로 구멍을 막았다.

SSI_20180921224127_V.jpg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한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 MS-09/사진 출처: 나사

문제는 그 이후. 러시아 일부 언론은 “이 구멍에서 어떤 침입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우주를 떠돌던 작은 운석과의 충돌로 생긴 구멍이라는 당초 추정을 부인했다. 인위적으로 구멍이 뚫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우주항공청 사장도 지난 3일 언론과 만나 “우주선 내부에서 영향이 가해진 사실이 명백하다”며 “구멍의 내부 표면에 드릴이 비켜간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원인은 두가지다. 누군가 고의로 구멍을 뚫어 선체를 훼손했을 가능성과 우주선의 조립 과정에서 작업의 실수로 구멍이 생겼을 가능성이다. ISS에서는 현재 러시아 우주인 2명, 미국 우주인 3명, 독일 우주인 1명 등 6명이 체류중이다.

러시아 언론은 향수병에 걸린 미 우주인들이 빨리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고의로 구멍을 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특히 일간 코메르산트는 12일 러시아우주항공청의 특별위원회가 미 우주인들이 상태가 좋지 않은 동료 우주인을 지구로 조기에 귀환시키기 위해 드릴로 구멍을 냈다는 추측을 유력한 가설로 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주선에 난 구멍은 귀환 과정에서 대기권에 진입하면 증거가 남지 않는 ‘완전범죄’가 된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반론도 제기됐다. ‘소유스 MS-09’가 지상에서 조립·제작 또는 시험·점검되는 과정에서 구멍이 발생했고 밀폐제가 우주에서 녹으면서 공기 유출을 일으켰을 가능성이다. 우주인 누군가가 고의로 구멍을 뚫었다면 ISS 내부 공기가 급속히 유출되는 게 논리적인데, 실제로는 내부 압력 강하가 서서히 진행됐다는 점에서 ‘고의적으로 뚫어진 구멍’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우주당국은 러시아측 대응에 발끈했다. 러시아가 우주에서 ‘마녀사냥’을 시작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함께 생활해온 우주인들은 서로를 의심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ISS 사령관 앤드루 퓨스텔은 미 ABC방송과의 우주 인터뷰에서 “우리 승무원은 (이번 구멍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러시아측 주장은) 완전히 모욕적이고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미·러 양국 우주당국이 직접 나섰다. 짐 브라이든스틴 나사 국장과 드리트리 로고진 러시아우주항공처 사장은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어떤 예단이나 설명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우주선을 제작한 러시아 에네르기아 측은 "우주선 제작 과정에서 ‘내부 시스템 오류’나 결함이 발견됐다는 보고는 없었다"면서 “그러나 어떤 이유로 구멍이 발생한 것인지, 혹은 누가 만든 것인지 전혀 판정할 수 없다”는 보고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