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이 매일 먹는 보르쉬가 단합을 상징하는 음식이 된 까닭은?
러시아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보르쉬(Borscht)’다. 수프다. 근데, 먹는 방식을 보면, 한국인의 밥상에 오르는 국이나 찌게 처럼 빠지는 법이 없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뭣을 먹든 보르쉬를 일단 찾으니, '국 없으면 밥 못먹는다'는 옛날 사람에게는 보르쉬가 국이나 다름없다.
보르쉬는 돼지뼈를 푹 고아 낸 국물에 양배추와 사탕무, 양파, 당근 등의 채소와 소고기, 닭고기 등의 육류를 넣고 장시간에 걸쳐 푹 끓여서 만든다. 지방마다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빠지지 않는 재료는 사탕무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에 따르면 보르쉬는 러시아에서 국민의 단합을 의미하는 음식이고, 그래서 늘 식탁에 빠지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보르쉬가 식탁에 늘 오르는 것은 그만큼 만들기 쉽기 때문은 아닐까? 또 국물만 우려놓으면, 아무 채소나 고기를 넣고 끓으면 되니까.
윤덕노 평론가는 그 보다 보르쉬가 러시아 국민을 단합시킨 음식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 사연은 이렇다.
1637년 러시아 남부의 흑해 연안에 인접한 아조프의 요새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명성을 떨쳤다. 제정러시아는 이 요새를 공략하기 위해 전투력이 뛰어난 코사크 기병 4000여명을 보냈다. 당시 요새에는 터키 군대 4000명이 200여 문의 대포를 앞세워 적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공격은 수비보다 훨씬 어려운 법. 코사크 기병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성벽 위에서 대포를 쏴대며 지키고 있는 같은 규모의 터키 군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았다. 약 두 달에 걸친 공방전 끝에 코사크 기병이 마지막 결사 공격을 감행하기로 했다. 모두가 모여 커다란 솥에 물을 끓인 후 먹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집어넣었다. 배수진을 친 것이다. 사탕무와 양배추를 비롯해 갖고 있던 모든 채소와 고기를 넣어 진한 수프를 끓였다. 그리고 모든 병사가 수프를 나눠 먹은 후 총공세에 들어갔다. 그리고 요새를 함락시켰다.
보르쉬 수프는 이렇게 러시아에서 단합을 상징하는 국민 음식이 됐다. 보르쉬 수프 이야기 역시 사실일까? 물론 근거는 없다고 한다. 한솥밥을 먹는 사람이 바로 식구(食口)이다. 가족이 되었든, 전우가 되었든, 한솥밥을 먹은 사람은 서로 목숨을 걸고 지켜줄 가치가 있다(바이러시아자료)
아, 짬뽕 같은 보르쉬, 추운 겨울엔 유난히 먹고 싶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