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프스키 입지가 서로 뒤바뀐 까닭은?

비쉬켁 2018. 12. 19. 15:28

국내에서 3시간 안팎의 비행으로 연결되는 러시아 도시는 2곳이다. 태평양을 끼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와 아무르 강변의 하바로프스크다. 두 도시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블라디보스토크는 태평양으로 나가는 해양 중심지이고, 하바로프스크는 중국등 대륙으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 이전에는 블라디보스토크도 소위 '닫힌 도시'의 하나였다. 소련태평양함대의 기지였기 때문이다. 특별한 허가증 없이는 내국인도 가지 못했던 '비밀도시'나 마찬가지였다. 광활한 러시아 극동지역을 총괄하는 행정중심지로 하바로프스크가 선택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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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로프스크가 극동지역 행정청을 블라디보스토크에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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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가 개방된 지 30년 가까이 되어가면서 극동 지역의 행정 중심지를 하바로프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그 가능성은 이제 현실이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조만간 극동지역 행정중심지를 하바로프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전할 것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연해주의 중심도시(주도)이고, 하바로프스크는 하바로프스크주의 주도이다. 이 지역들을 통괄하는 극동연방관구 행정청 ДФО, Дальневосточный федеральный округ 즉 대통령전권대표부를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긴다는 이야기다.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은 벌써부터 나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0일 "푸틴 대통령이 올레그 코줴먀코 연해주 주지사 대행의 (이전) 제안에 동의했다"고 언론에 알렸다. 한국의 입장에서도 하바로프스크보다 접근로가 훨씬 다양한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기는 게 낫다. 하바로프스크측은 주요 행정관청을 빼앗기니 당연히 반대한다.

크렘린측이 '대통령의 지시 어쩌구' 하는 데에는 물론 노림수가 숨어 있다. 우선 코줴먀코(연해주 주지사 대행)의 선거 공약이다. 극동 사할린주 주지사를 지낸 코줴먀코는 오는 16일 연해주 주지사 결선 투표를 앞두고 있다. 1차 투표에서 50%이상 득표에 실패해 공산당 후보와 결선투표로 넘어갔고, 결선투표가 또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리면서 16일 재선거가 열린다. 블라디보스토크로의 행정중심지 이전은 코줴먀코의 선거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게 분명하다.

이 결정은 또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자유민주당 출신 세르게이 푸르갈을 주지사로 뽑은 하바로프스크 주민들에게는 '본때'를 보여주는 '신의 한 수'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새 지방수장들이 취임한지 3개월 가까이 되어 가지만 야당 출신 자치단체장(주지사, 자치공화국 대통령)의 면담 요청은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당 출신인 푸르갈 하바로프스크 주지사는 행정청 이전에 대한 반대 의견을 대통령에게 직접 하소연조차 못한 셈이다.

객관적으로 블라디보스토크가 극동 지역 개발의 중심지가 되는 것은 맞다. 매년 이곳에서 '동방경제포럼'도 열린다. 하지만 크렘린측이 이 문제를 이 시기에 결정한 것은 노림수가 있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