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대통령의 3대 위기, 비관적 시나리오(미 언론)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15여년만에 권력 장악 초기 상태로 돌아온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낙관적인 시나리오와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교차하지만, 미국 등 서방 언론은 최우선적으로 비관론을 다룬다.
미국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최신호)는 우크라이나 계 미국 정치학자의 눈을 빌어 3단계 위기론을 제시한다. 포린어페어지의 성향이 미 국익 우선이고, 우크라이나계 학자를 동원한 것이 이 위기론의 바탕에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제목도 ‘푸틴 정권의 끝 - 다가오는 러시아의 붕괴’다. 필자는 미국 럿거스대학 정치학과의 알렉산더 J. 모틸 교수다. 그의 주장을 들어보자.
이 주장에 따르면 러시아는 3대 위기에 휩싸여 있다. 현실 진단이니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첫 번째 위기는 러시아 경제의 추락. 폭락한 유가는 언제 반등할지 기약할 수 없는데,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유가에 의존하고, 경쟁력이 없다.
두 번째 위기는 푸틴식 정치 체제의 해체다. 푸틴 대통령은 집권이후, 권위주의적 중앙집권화를 앞세워 지방의 부패 체제를 걷어내면서 지방 엘리트를 중앙정부에 복속시켜왔다. 그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세 번째 위기는 푸틴 자신이다. 그는 지난 2013년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간의 경제협력 협약을 차단하려다 오히려 역풍을 맞아 우크라이나 사태를 일으키는 등 잇따라 전략적 실수를 범했다. 과거 매력적으로 보였던 그의 카리스마는 퇴색되었다.
이같은 위기에서 러시아는 독재자를 원한다. 이 독재자가 엘리트의 이익을 조정하고 균형을 잡으면서 체제를 지탱해 가는 것이다. 명분은 러시아 국수주의와 민족주의로 상징되는 애국심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러시아는 경제 위기에 따른 사회불안에서 체제변화와 국가붕괴에 이르는 연장된 ‘분쟁의 시간’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모틸 교수는 푸틴 대통령의 반대세력이 지리멸렬하고, 푸틴의 인기가 아직 높으니 러시아에 대규모 불안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는 분석가들이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의 3대 위기가 심화하면 러시아 사회 각 부문이 체제변화 욕구로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플레와 실업이 증대되고 생활수준이 하락하면서 노동자의 불만이 높아지고 사회 불안이 커진다. 사회 각 부문 엘리트 역시 지위와 부가 취약해지면서 푸틴 대통령의 대안을 찾아 기득권을 지켜야 하겠다는 생각이 점점 자라난다. 뒤이어 애국심으로 무장했던 군, 민병대, 비밀경찰이 푸틴의 대안을 모색한다.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 전투중인 군인과 용병이 귀국해 급진적인 생각을 나라 곳곳에 퍼뜨린다. 러시아 바깥에서는 러시아 연방의 21개 자치 공화국이 그들의 권위를 부르짖는다. 이것이 모틸 교수가 제시하는 러시아 혼란의 제1 시나리오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권좌에 오른 이후 때마침 불어온 국제유가 상승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고 남자다운 정력을 과시하며 러시아를 새롭게 만들겠다고 약속해 대중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이런 약발이 다 떨어졌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적으로 강압에 의존한다. 그렇다고 체제 유지를 군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일 수 있다. 군은 대중을 함부로 다루지 못한다.
푸틴이 아직 인기가 높고 러시아가 워낙 광대해 지방 차원의 반대운동이 조직되기 어렵다고는 하지만 모스크바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또 타타르스탄·바쉬코르스탄·야쿠티아·다게스탄·잉구셰티야 같은 비 러시아계 지역에서 민족적 연대는 중앙정부의 진압 명령을 깔아뭉갤 수 있다. 엘리트 반체제 세력이 친위 쿠데타를 조직하거나 비 러시아계 지역에서 독립을 부추기는 것을 군이 막지 못하는 경우가 제2 시나리오다.
친위 쿠데타의 가능성은? 러시아 역사에 사례가 많다. 스탈린 사후 그 후계자들은 1953년 그의 비밀경찰 총수 바르렌티 베리야를 죽였다. 1964년 니키타 흐루쇼프가 쿠데타로 축출됐다. 1998~1999년 푸틴은 보리스 옐친을 상대로 쿠데타 같은 협상을 벌인 끝에 권력을 잡았다.(너무 비약하고 있다) 러시아가 풍족했던 1998~2013년 엘리트는 푸틴에게 충성을 바쳤다. 앞으로 전개될 결핍의 시기에 그들은 푸틴에게 등을 돌리고 싶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
제3 시나리오는 강압이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나는 상황이다. 반대세력이 폭력적으로 나오는데, 군은 이를 제압하지 못하는 경우다. 더구나 시리아분쟁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파견됐던 군인들이 지는 전쟁에 자신들을 파견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이들이 귀국해 불만을 주변으로 퍼드리는 역할을 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이슬람국가(IS)가 러시아 내 수니파 무슬림을 충동해 러시아 영내에서 테러를 저지를 수도 있다.
모틸 교수는 이같은 위기의 끝은 정권 붕괴나 국가 분할으로 본다. 어느 쪽이든 푸틴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 정도까지 읽고나면 위기론의 실체는 사라지고 너무 논리의 비약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상황을 꿰맞춘 느낌도 없지 않다. 이 기사가 노리는 점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바이러시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