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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산나성가대

[스크랩] 교수님의 음정

비쉬켁 2006. 12. 8. 23:17
전 제가 과외하는 녀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강의를 촬영할 수 있도록 교수님께 허락을 받아냈다.
교수님은 역시 카메라를 의식하시며 땀을 흘리셨다.
교수님의 이야기 중 마음에 와닿는 몇 자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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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신학과 4학년 시절, 전 남대문 앞 교회라면 누구나 다 아는 그런 교회에 다녔었습니다.
그곳엔 근사한 성가대가 있었는데, 거의 모든 대원들이 음악을 전공하고 있었고, 지휘자님도 모 음대 학장님 이셨습니다.
저는 그 성가대에서 자리를 채우는 기분으로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렇저럭 성가대에 있을때, 지휘자님께서는 이제 연세가 연로하셔서 은퇴를 하시게 되었고. 그 분의 제자이신 음대 교수님께서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새로오신 지휘자님은 이상하게도 저에게 여러 잔심부름을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 식당에 가서 30분 후에 성가대 식사 한다고 전해 주세요."
" 이것 좀 복사해오세요."

나중에는 성가대 연습시간에 저는 한 쪽구석의 의자를 옮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전도사의 직분을 가지고 있던 저는 성가대를 그만 둘 결심을 하고 '어차피 자리나 채루려고 있었으니까' 지휘자님께 그런 의사를 말씀드렸습니다.

" 안됩니다. 전도사님 안 계시면 우리 성가대 무너 집니다."
지휘자님은 이러한 황당한 말씀을 하시며 막으셨고. 전 그통에 성가대에 계속있게 되었습니다.
"전도사님 곧 우리 성가대에서 찬양 녹음도 하고 이것저것 할 일이 많답니다."

저는 그 말씀을 듣고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신학과 수업을 빼 가며 평일에도 두 세번 성가대에서 열정을 바쳤지요.
드디어 녹음을 하는 날이 왔습니다.
저는 약간 긴장한 상태에서 8층에 있는 성가대 녹음 장소로 향했습니다.
목을 막 풀고 있었는데.
지휘자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 전도사님 뭐하십니까?
우리 녹음할때 누가 문열고 들어오면 안되니까
바깥에서 문 좀 지켜주세요."

전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습니다.
정신없이 문 밖으로 나와 그냥 서 있었습니다.
내가 이런 대우를 받으며 성가대에 있어야 되나.
화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가버려 말어

안에서 들리는 성가대의 찬양소리는 마치 나를 비웃고 있는 듯 했습니다.
안에 가방만 놔두고 나오지 않았으면 저는 그냥 가버렸을 것입니다.
그때였습니다.
누군가 천천히 복도를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어? 지휘자님!
은퇴하신 그 지휘자님이셨습니다.
"전도사님 여기 계셨네요. 괜한 걱정을 했었네요, 저는 누군가 성가대 녹음을 모르고 안으로 들어갈까봐 봐주러 왔는데/"

연로한 양반이 누가 들어도 척 아는 음대 학장인 지휘자가 성가대를 위해 먼 길도 멀다않고 온 것입니다.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성가대에서 그 일을 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

사랑은 오래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도 교만도 아니하며

전 안에서 들리는 찬양을 속으로 부르고 있었습니다.
성가대와 저와의 마음속에서 울려퍼지는 음정이
모두를 하나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판단하고 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보다는
우리들 마음속에서 그런 하나의 음정이 나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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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는 교수님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였습니다.

느끼는 바가 있죠?

저는 오늘(목) 오후에 신학과 찬양동아리 의 내일있을 콘서트 연습을 보러갈 예정입니다.
출처 : 성가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글쓴이 : 요나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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