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탈 달러화 정책 가속 페달은 계속 밟지만..성과는 기대만큼..

러시아는 달러 대신 러시아 루블을 사용하는 수출 기업에게 세제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탈 달러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상황이 아직 유동적이긴 하지만, 미국이 영국에서 발생한 이중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에 대한 보복조치로 추가제재를 가하는 상황에 대비하는 측면이 크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중국과 함께 '달러 제국'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러시아가 루블 사용 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조치를 올해 말쯤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출처: 유튜브

이 보도가 나오기 전에 이미 러시아 경제개발부와 재무부, 직접 외화를 많이 다루는 러시아 국영 VTB은행 등은 국제무역거래에서 현지 통화의 사용을 늘리고 유로화 국채 발행시 현지 금융 인프라를 사용하는 등 '탈 달러화' 5개년(?)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업체인 알로사그룹은 최근 이란 및 중국 고객들과 달러 대신 루블로 계약을 진행했다.

반미 성향이 뚜렷한 중국, 이란, 터키 등을 제외하더라도 인도와 파키스탄, 일부 남미및 아프리카 국가 등이 '탈 달러화'에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양자 무역에서는 이미 루블과 위안화 비중이 전체 교역의 19%로 지난 4년간 4배 가까이 늘었다. 드미트리 돌긴 ING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양국간에는 이같은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올들어 미 재무부 채권을 매각하면서 금 보유량을 늘리는 등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러시아의 개인 및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예금 가운데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7%에서 지난 9월 26%로 떨어졌다. 러시아 수출에서 달러 표시 비중은 2013년 80%에서 올해 2사분기 68%로 줄었다.

러시아의 '탈 달러화' 정책 의도는 분명하다.
미국이 향후 대러 제재를 강화할 경우, 러시아 은행 및 수출기업들이 미 금융시스템으로부터 차단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WSJ는 전했다.

러시아 경제는 아직 석유와 가스, 철강 등 원자재 의존형이다. 석유가스 수출은 러시아 경제 구조의 핵심으로, 연방 예산의 50% 가량을 차지하는데, 거래 상대방은 통상 외환리스크를 우려해 달러 외에 다른 통화를 받기를 거부한다. 이같은 구조에서 러시아가 '달러 금융 체제'에서 밀려날 경우, 그 타격은 심각하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지난 8월 러시아 국영TV를 통해 "미 달러 사용을 중단하고 루블과 함께 유로 등 다른 통화를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미 달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지난 3월 위안 표시 원유 선물을 선보였으며, 원유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었다.유럽연합(EU)에서도 유로 결제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고 베네수엘라와 파키스탄 역시 달러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매뉴라이프자산운용의 신흥시장 담당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세갈은 "탈 달러화는 뜨거운 주제이고 투자 은행들은 이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러시아 경제가 원자재 수출에 상당히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계속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력에 비해 성과도 미미한 편이다. 금융전문가인 알렉세이 쿠드린 전 러시아 재무장관은 "글로벌 시장에서 루블화는 달러 유로화 등 기존의 주요 외화(reserve currency)와 같은 충분한 유동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루블화는 다음 결제를 위해 다른 통화로 바꿔야 하는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상대국이 보유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