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부문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예브게니아 메드데데바(22)가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금메달을 딴 알리나 자기토바가 올림픽이 끝난 뒤 일찌감치 은반을 떠나 아쉬움을 남겨준 것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김연아의 뒤를 이어 2010년대 후반기 세계 피겨계를 주름잡았던 '최고의 스타'가 무대뒤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메드베데바/사진출처:@jmedvedevaj 인스타그램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 2연패,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 유럽선수권대회 우승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녀가 마지막까지 한 맺힌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발버둥치다 그 꿈을 내려놓은 순간이기도 하다.
그녀의 은퇴로 오는 9일 일본 오사카에서 막을 올리는 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출전권을 따낸 '악셀의 여왕'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25)를 제외하면, 러시아 여성 피겨는 이제 15~17세 소녀들의 전성시대로 접어들었다.
메드베데바, 부상으로 (선수) 경력 마감 선언/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메드베데바는 러시아 인플루언서인 카렌 아다먄(Карен Адамян)이 운영하는 '마카레나(Макарена) 유튜브' 채널에 나와 "허리 부상이 좀체 호전되지 않아 점프에 어려움이 많다"며 은퇴 의사를 밝혔다. 그녀는 "(평창동계)올림픽때도, 그 이후에도 허리에 큰 문제가 있었다"며 "통증을 느끼지 않고 정상적으로 뛸 수 있는 점프는 살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현지 스포츠 매체들은 "그녀가 (수많은) 팬들을 생각해 공식 은퇴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매우 고통스런 결정(은퇴)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메드베데바는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꿈을 접지 않았으나, 허리 통증과 함께 무섭게 커오는 후배들의 보고 은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쉬운 그녀의 심정은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메달리스트들. 가운데가 자기토바, 왼쪽이 메드베데바/사진출처:위키피디아
그녀는 평창동계올림픽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올림픽이 열리기 전, 그녀는 ISU 그랑프리 파이널과 세계선수권 대회의 2연패를 달성했고, 유럽선수권대회 우승마저 따냈다. 누구도 그녀의 올림픽 금메달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평창에서 그녀는 동료이자 경쟁자인 자기토바에게 금메달을 넘겨줬다. 눈물을 머금고 돌아선 그녀에게는 불운은 계속됐다. 훈련 중에 스케이트의 부츠가 꺾기면서 허리와 발목을 다쳤고, 심기 일전을 위해 캐나다로 갔으나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해 여름에 러시아로 다시 돌아와 소속 선수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투트베리제 코치'의 품에 안겼으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허리 통증은 다시 도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덮쳤다.
메드베데바/사진출처:인스타그램
그녀는 지난 시즌(2020~2021) 허리 통증으로 ISU 러시아 로스텔레콤 그랑프리 출전에 막판에 포기했고, 코로나 후유증으로 이번 시즌을 대비한 '러시아 컵 대회'도, 선수권 대회에도 나서지 못했다. 당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메드베데바를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의 최대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녀의 마지막 꿈은 역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이었다. 그녀가 고심 끝에 김연아 선수를 키운 캐나다의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찾아가고, 어느 순간 또다시 투트베리제 코치에게로 돌아오는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올림픽 금메달을 겨냥한 간절함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베이징동계올림픽 러시아 대표에 선발되지 못했고, 지금까지 6차례나 열린 ISU 그랑프리 대회에 한차례도 출전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흘러간 물이 된 셈이다. 현지 언론은 최근 그녀의 열애설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할 정도다.
여전히 러시아에서는 인기가 높은 메드베데바/사진출처:인스타그램
메드베데바는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는 피겨스케이팅 해설자로 참가할 계획이다. 그녀는 이미 소치에서 열린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방송 해설자로 데뷔했다. 갓 데뷔한 해설가의 눈으로 올 시즌 데뷔한 카밀라 발리예바를 베이징 금메달 후보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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