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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 소요사태 진정, 권력내 친시위 세력 척결, 평화유지군 증강.

비쉬켁 2022. 1. 10. 18:49

카자흐스탄 정부의 과격 시위대 진압작전이 8일 사흘째(5일 밤부터 시작했으니, 정확히는 나흘째) 계속되면서 총격전이 벌어졌던 최대 도시 알마티 등 나라 전체가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알마티 공화국 광장 주변에는 여전히 장갑차들이 배치돼 있지만, 가끔씩 들리던 총소리도 이젠 멎었다. 시내 도로에는 일반 차량들도 많이 늘어났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정부는 주요 국가 기간 시설의 경비를 러시아 주도의 CIS 안보동맹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에게 맡기고 군경 병력을 최대한 동원, 이날 현재 알마티를 비롯한 주요 시위 지역의 소요 사태를 거의 진압했다. 또 알마티 외곽으로 빠지는 주요 도로에는 군경 합동 검문소를 설치, 과격 시위자들의 도피를 막고 있다.


CSTO, 카자흐스탄 파병 평화유지군 증강 허용/얀덱스 캡처

 


8일 오전 한때 공화국 광장 주변에서 무장한 과격 시위대가 군경 진압군을 습격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황이 바로 정리됐다고 한다. 진압군은 과격 시위대(정부 발표로는 폭도)가 끝까지 저항하던 알마티를 끝으로 사회 질서 회복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10일 오전쯤에는 완전히 상황이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아예 10일을 이번 사태 희생자들을 위한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이번 시위 사태의 희생자는 시위대와 진압및 보안군을 합쳐 10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격 시위를 어느 정도 정리한 토카예프 대통령 정부는 권력 내에서 이번 사태와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카자흐스탄 국가정보위원회(Комитет национальной безопасности Казахстана
구 KGB) 지휘부를 대거 교체하고, 이중 카림 막시모프 KGB 위원장 등 일부를 체포했다고 8일 공식 발표했다.


카자흐스탄 KGB 전 수장, 국가반역혐의로 체포/얀덱스 캡처


전격 체포된 막시모프 전 KGB위원장/사진출처:@total.kz 인스타그램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KGB 공보실은 이날 "지난 6일 국가반역 혐의에 대한 자체 조사를 통해 카림 막시모프 KGB 위원장과 다른 인사들이 체포돼 구치소에 수감됐다"고 발표했다. 막시모프 전 위원장의 반역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카자흐스탄 KGB는 옛 소련 KGB의 조직을 물려받은 국가정보기관으로, 그동안 초대 대통령인 나자르바예프의 측근 실세들이 수장을 맡아왔다. 체포된 막시모프 전 위원장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정부에서 총리(2007~2012년), 대통령 비서실장(2012~2014년), 총리(2014~2016년)를 지낸 뒤 KGB 위원장을 맡은 나자르바예프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의 체포 발표는 내각 총사퇴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회의(Совет безопасности страны, KGB와는 소비예트·Совет라는 용어만 다를 뿐이다) 의장 해임, 막시모프 KGB 위원장 해임에 이어 나왔다. 국가 권력 수뇌부의 대대적인 교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동시에 이번 사태가 전 현직 대통령 세력간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권력투쟁설'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내각과 KGB 등에는 여전히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세력이 많이 남아 있었다. KGB 부위원장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사위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고문을 지낸 예르무하메트 예르티스바예프는 전날 국영 '하바르24'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알마티 시위 기획자들이 토카예프 대통령의 축출을 기도했으며, 여기에 KGB 지도부를 포함한 정부 고위인사들이 개입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르티스바예프 고문은 그 근거로 KGB가 알마티 산악 지역에 있던 극단주의 조직 훈련 캠프에 대한 정보를 숨겼다는 사실과 과격 시위대의 알마티 공항 습격 당시, 공격 40분 전에 공항 경비를 해제하도록 지시한 점 등을 들었다. 사실이라면 명백한 '직무 유기'라고 할 수 있다.

토카예프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연설에서 "알마티 등의 정보 당국이 공격 징후를 미리 포착하지 못했다"며 초기 대응 실패를 자인하고, (정보당국, 즉 KGB를) 질책한 이유로 보인다.


카자흐스탄 파병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모습/현지 TV 방송 캡처

 


CSTO 평화유지군이 카자흐스탄 도착과 함께 알마티 공항 등 주요 시설 경비에 들어간 가운데, 카자흐스탄 군경은 사흘째 알마티의 공화국 광장을 중심으로 한 시위 현장을 샅샅이 뒤지면서 잔여 세력 색출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과격 시위대 일부가 아예 보안군 복장을 하고, 도피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8일 오후까지 소요 사태 가담자 4천404명이 당국에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내무부는 체포된 시위 가담자 중엔 외국인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으나, 더이상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다.


불법 총기류를 회수하는 카자흐스탄 보안요원들/러시아 매체 rbc 유튜브 캡처


알마티 검문소 무장병력, 외곽으로 빠지는 차량들에 대해 꼼꼼하게 문서 확인 중/얀덱스 캡처

 


알마티 외곽으로 빠지는 주요 도로에는 군경합동 검문소가 설치돼 통과하는 차량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수십명의 무장 병력이 트렁크와 차량 내부는 물론, 서류(차량 등록증및 운전면허증)와 본인 확인을 꼼꼼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격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보유 총기류를 압수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국내를 오가는 열차 운행도 재개되고, 현지 결제 시스템도 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모스크바와 두바이로 가는 국제 항공편도 재개됐다. 그러나 러시아 국영 아에로플로트(카자흐스탄 국영 아스타나 항공 포함)와 시베리아 항공(S7) 측은 오는 23일까지 항공권 판매를 중단했다.

항공편 중단으로 발이 묶인 러시아 관광객들의 귀국을 위해 러시아의 군수송기가 동원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평화유지군을 현지로 수송한 항공기에 관광객 25명을 실어 모스크바로 돌아왔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은 알마티의 유명 스키 리조트에서 새해 휴가를 보내러 왔다가 발이 묶인 것으로 전해졌다.


귀국하는 러시아군 수송기에 탑승하는 러시아 관광객들/러시아 매체 동영상 캡처


카자흐스탄, 국내외 항공편 운항 재개/얀덱스 캡처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민 귀국을 위해 수송기 2편을 더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되는 러시아 공수부대원들과 장비를 알마티로 수송한 뒤 귀국하는 항공기편이다. 러시아는 이미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제 45 공수여단 특수부대 외에 제 98 공수사단 및 제31 공수여단 병력의 파병 준비를 끝낸 상태다.

푸틴 대통령은 8일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현지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는 한편,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CSTO 정상회담의 화상 개최를 제안했고, 푸틴 대통령도 이에 동의했다고 크렘린 측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