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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나토의 우크라이나 대리전?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비쉬켁 2022. 5. 11. 21:47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미국과 영국 등 나토의 자세가 한층 강경해진 느낌이다. 아예 이번 기회에 '러시아를 손 좀 보자'는 식이다. 러시아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이 시간이 흐를 수록 '러시아와 서방간의 대리전'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리전 구도는 지난달 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 의해 공식 제기됐다. 서방 측은 극구 부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것은 반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실무 책임자격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잇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며 모두의 전쟁", "러시아가 더 이상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과 같은 일을 벌이지 못할 만큼 약해지기를 원한다"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오스틴 국방장관과 함께 키예프(키이우)를 방문한 블링컨 미 국무장관/트윗 캡처

 


우크라이나를 무대로 벌어지는 객관적인 정황은 '러시아 vs 우크라이나·나토' 전쟁이다. 나토측은 이 프레임이 고착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일본과 한국 등 비 나토 국가들을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 초청하기도 했지만, 판이 달리지는 것은 거의 없다.

나토의 주력인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에 다량의 공격용 무기를 제공하고 △ 이를 운영하기 위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며 △정찰 위성및 항공기 등을 통해 확보한 전장 정보를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하고 있다. 병력만 보내지 않았을 뿐, 미국이 실질적으로 전쟁을 치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현지 언론에서는 4월 말부터 미국이 제공한 다연장 로켓 M270과 곡사포 M777이 돈바스 전투 현장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 무기들의 운영에는 미국 혹은 나토 군사고문단이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의 다연장 로켓 M270


미국의 곡사포 M777/사진출처: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우크라이나측의 태도도 확연히 달라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드미트리 쿨레바 외무장관도 '전쟁의 목표가 바뀌었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자신에 찬 목소리다. '대리전'을 통한 목표, 혹은 전략 수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우크라이나군이 7월 초에는 본격적으로 반격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근저에는 당초 예상을 넘어서는 서방측의 공격용 무기 지원이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9일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을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2차 세계대전 직후 사라진 소위 '무기대여법'을 81년 만에 부활시켰다. 공격용 중화기가 우크라이나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기차역에서 포착된 우크라이나행 장갑차량들/얀덱스 캡처

 


지원 무기의 종류도 방어용에서 공격용으로 바뀌고 있다. 밀려오는 러시아군 탱크를 멈춰세울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등 방어용 무기에다 반격이 가능한 곡사포 등을 추가했다. 155mm 곡사포와 '가미카제 드론'으로 불리는 '공격용 드론' 등이 대표적이다. 미 국방부가 최근 발표한 우크라이나 지원 목록에는 스팅거 대공미사일 1천400개,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5천500개 외에 155㎜ 곡사포 90문과 포탄 18만3,000발, 곡사포 견인 차량 72대, 장갑차량 200대, 피닉스 고스트 드론 12대 등이 포함됐다.

주목을 끄는 것은 멀리서 상대 진지를 공격할 수 있는 각종 포의 지원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일 "양 측이 참호를 파고 공격과 방어하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전투에서는 그 어느때보다도 포가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최신 포는 수십㎞ 떨어진 언덕 건너편 표적도 직접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바스 지역에는 우크라이나가 지난 2014년 분쟁(내전)이후 거의 8년간 강력한 방어 진지를 구축했다. 러시아 군의 진격 속도가 더딘 이유도 이 방어 진지 돌파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군으로서는 방어진지 돌파를 위해, 우크라이나군은 반격시 강력한 화력의 포가 필요하다.


미국의 다연장 로켓 M270이 돈바스지역에서 처음 포착/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돈바스에서 지난달 29일 미국의 다연발 로켓 M270이 포착됐다. 지난 2월 개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또 미군의 기동형 로켓시스템 (High Mobility Artillery Rocket System) 'M142 Himar' 사격도 보고됐다. 돈바스 진격 러시아군이 미군의 중화기 등장에 적잖이 당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장에 등장할 나토측 무기로는 영국의 자체 유도 공대지 미사일 '브림스톤'과 초고속 미사일 '스타스트릭'을 장착한 장갑차량 스토머, 프랑스의 155㎜ 차륜식 자주포 '세자르', 체코의 152㎜ 자주포 '다나', 캐나다의 M982(엑스칼리버) 등을 들 수 있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주저하던 독일도 게파르트 대공 자주포를 보내기로 했다. 35㎜ 포와 레이더가 장착된 중화기의 하나다.


캐나다의 자주포 엑스칼리버


'스타스트릭'을 장착한 영국 장갑차량 스토머/사진출처: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물론, 이들 무기가 바로 전장에서 쓰이기는 어렵다. 첨단 무기를 다룰 부대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 측은 나토(고문단)군이 전장에서 이 무기들을 운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지 매체 프라우다는 지난달 26일 프랑스군 특수부대가 비밀리에 우크라이나로 투입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 측은 우크라이나군에게 이미 곡사포와 레이더 시스템, 장갑차 등의 운용 훈련을 시키고 있다는 발표로 반박하고 있다.

서방측 제공 무기를 전장으로 운반하는 일도 쉽지 않다. 155㎜ 포탄의 무게는 50㎏이나 된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인근 국가에서 열차로 운반할 수 밖에 없다. 일찌감치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운반체는 러시아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러시아군은 최근 철도 기반시설에 대한 폭격을 부쩍 강화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일일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철도역의 변전시설이나 철도 허브및 기반 시설을 공격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군사 기반 시설이 아닌데, 왜 폭격하는지 따로 설명하지는 않지만, 서방의 무기 공급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분석에 이의가 없다.

우크라이나 철도 당국은 지난 4일 밤에도 러시아군이 중부 드니프로의 철도 시설에 2발의 미사일을 발사해 철도 운행이 일시 중단됐다고 밝혔다. 중부 체르카시, 동부 크라마토르스크, 남부 자포리제와 미콜라이우 등에서도 우크라이나 철도 기반시설을 겨냥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이 보고됐다. 러시아 순항미사일이 자주 우크라이나 철도를 향해 날아가는 것은 분명하다.

나토의 우크라이나 대리전은 앞으로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장은 점차 전세계 주요 무기의 경연장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러시아의 선택도 물러설 수 없는 '정면 승부'가 되지 않을까? 협상 분위기는 이미 저 멀리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