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뒤를 잇는 이더리움을 만든 러시아 출신 20대 부테린

비트코인의 뒤를 잇는 또다른 가상화폐 이더리움. 현재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를 기록중이다. 블록체인의 기술력이나 확장성, 보안성 등을 감안하면 비트코인보다 한 단계 앞선 가상화폐라는 평가도 있다. 

이 가상화폐를 만든 이는 러시아 출신의 20대 청년 비탈리 부테린(24 트윗 사진)이다. 그는 20살이던 2014년 이더리움(정확히는 이더리움 재단을 세워 투자를 받고 플랫폼을 구축)을 창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더리움의 창안 뒤에는 돈을 대고, 기술을 만들어내고.. 다른 기여자들도 많다. 

우선 이더리움 공동창업자인 안소니 디오리오. 그는 미트업닷컴(동호회 지원사이트)에 '비트코인'(암호 화폐) 모임을 하자는 글을 올렸고, 2012년 11월 어느 토요일 오후 캐나다 토론토의 한 펍에서 부테린을 만났다. 당시 부테린은 캐나다 워털루대 컴퓨터공학과 1학년 재학생이었으나, 이미 1년 전이던 2011년 9월 루마니아 출신 친구들과 비트코인 관련 잡지 '비트코인 매거진'을 만든 가상화폐 마니아였다. 

부테린이 비트코인을 접한 것은 17살 때, 아버지 드미트리 부테린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디오리오와 만난 부테린은 이듬해인 2013년 워털루대학을 그만두고 유럽 여행을 떠났다. 그러면서 꾸준히 비트코인 매거진에 글을 쓰고 다양한 암호해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때 이스라엘에서 '컬러드코인즈'라는 비트코인 관련 프로젝트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3년 11월 이더리움 설계도를 완성하고 함께 할 멤버를 조직했다. 안소니 디오리오는 물론, 미국 수학자 찰스 호스킨슨(비트코인 CEO), 비트코인 매거진을 공동 창간한 미하이 앨러시 등이 합류했다. 이 때가 2014년 1월. 이들은 미국 마이애미에 이층 침대가 가득한 집을 빌려 이더리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후 영국 프로그래머 가빈 우드, 골드만삭스 출신 조셉 루빈, 제프 위크 등이 개발자로 합류한다. 

부테린의 이더리움 설계도는 비트코인보다 한 차원 높은 기능을 겨냥했다. 지불・결제 등 금융 부문 외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이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통화가 이더(Ether)다. 비트코인과 비교하면 이더가 비트코인이고, 이더리움을 이더가 거래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라고 보면 된다. 
이더리움 주소는 '0x6c2ecd6388c550e8d99ada34a1cd55bedd052ad9'과 같은 문자열로 존재하지만, 이를 은행 계좌, 전자메일 주소, 주민등록번호처럼 활용할 수 있다. 

이들은 또 '이더'를 통해 처음으로 ICO(가상화폐 투자 모집)를 추진했다. 2014년 7월 스위스에 '이더리움 재단'을 세우고(지금도 부테린은 스위스에 산다) 이더리움 시스템 개발을 위해 이더를 비트코인과 맞바꾸는 방식의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것이다. 42일간의 클라우드 펀딩으로 이더리움 재단은 당시 가격으로 1840만달러(196억9720만원) 어치인 3만1000개의 비트코인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그게 가능한 것은 구입한 비트코인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2013년 당시로서는 역대 최고가인 비트코인당 1,200달러(128만4600원)를 기록했다. 6개월여만에 10배 이상 폭등한 상태였다. 그 이전까지는 안소니 디오리오와 조셉 루빈 등이 사비로 운영 자금을 충당했다. 2014년 6월에 '실리콘밸리의 큰손' 피터 틸이 운영하는 장학금 '피터 틸 펠로우십'으로부터 10만달러(1억705만원)를 투자받았을 뿐이었다. 

부테린은 ICO(클라우드 펀딩)의 성공과 함께 실리콘 밸리의 새로운 혁신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2014년 11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를 꺽고 '신기술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월드 테크놀로지 어워드'의 IT 소프트웨어 부문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경제전문지 포춘에서 선정한 40세 이하 40대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부테린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남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콜롬나에서 1994년 1월 13일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1999년 모스크바에서 캐나다 토론토로 이사했는데, 모스크바 있을 때부터 구형 PC(당시 모스크바는 조립식 PC가 인기였다)로 엑셀 작업을 했고, 캐나라도 옮겨간 뒤 7살에는 '토끼 백과사전'이라는 복잡한 문서를 만들고, 10살 때부터 직접 코딩해 온라인 게임을 만들었다고 하니, 컴퓨터 천재였던 모양이다. 

부테린이 소유한 이더의 양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2016년 4월 이더당 10달러에 보유한 이더의 25%를 현금화했는데, 당시 부테린은 "다양한 암호화폐를 보유하기 위해 이더 일부를 매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암호화폐 전문 매체 커런시저널에 따르면 부테린은 2017년 12월 28일 기준 37만5003개의 이더를 보유 중이다. 부테린은 가상화폐에 대한 무분별한 투기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2017년 12월 27일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가상화폐 이용자가 고급 승용차 구입 등에만 관심이 있으며, 부적절한 농담을 주고받는다"며 "가상화폐 이용자가 계속해서 헛소리만 내뱉는다면 나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떠나버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