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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산나성가대

[스크랩] 우리 성가대의 대장님은..

비쉬켁 2006. 11. 1. 21:14
성가대장이 바뀐지 2년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 전의 대장님들도 모두 성실하신 분들이셨지만
현재 대장님은 너무나 특별하신 것 같아서 잠시 소개해봅니다

2년 전까지 그 분은 너무 말씀이 없으셔서 계신 듯 안 계신 듯..
그러나 주일 낮과 오후예배, 새벽기도와 수요예배, 그리고 철야예배까지
모든 예배에 꼭 참석하시는 한결 같은 분이셨지요

2년 전 당회에서 그 분을 성가대장으로 임명하셨을 때
지휘자는 내심 걱정을 했습니다
이렇게 말 없으신 분이 과연 대원들을 잘 이끌어내실까

저는 언제나 다른 분들 보다 먼저 교회로 가서 준비하곤 했습니다
늦어도 10분 전에 연습실에 도착하면 늘 제가 일등이었었는데
언제부턴가 새로 임명 받으신 대장님 내외분과 총무님 내외분이 항상 먼저 계시더군요

15분 전에 가보았습니다 그 때도 계셨고..
20분 전에 가보니 그 때도 여전히 계셨습니다

주일 아침 마다 지휘자는 연습실 문을 여는 순간 언제나 같은 광경을 보게 됩니다

대장님은 좌석 맨 끝에 앉아서 대원들을 위해 조용히 기도하시고
대장님의 부인 되시는 분은 성가대 가운을 한 벌씩 가슴에 꼭 안으시며
그 가운을 입게 될 대원을 위해 기도하신 후에 차례 차례 자리에 놓습니다

총무님은 일일이 악보를 챙겨서 대원들의 자리에 미리 갖다 두시고
총무 부인 되시는 분은 곧 도착할 대원들에게 대접할 차를 준비하십니다

그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지요

대장님과 함께 했던 2년 동안 우리 성가대에 새 대원들이 막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참 신기할 정도로 많이..

3주 연속으로 새로 오시는 분이 계신가 하면
한꺼번에 세명이 오시기도 했습니다
가운과 피스가 모라자고 연습실 자리가 좁아져서 의자도 새로 배치해야 할 정도였죠

예전엔 예배당의 성가대석에 빈자리를 볼 때마다 성가대석을 너무 크게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왜 처음 부터 성가대석을 이렇게 적게 만들었을까..
지휘자는 행복한 비명이 절로 니옵니다

성가대원의 80명 중 20명 이상이 일년 반 동안 새로 오신 대원들이랍니다
그동안 우리는 그들이 스스로 나온 줄로만 알았습니다
누가 모셔왔는지 거기에 대해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그 많은 대원들이 모두 대장님의 권유로 나오게 된 것이었음을..

대장으로 임명 받으신 그 날 부터
하나님만 알아주시면 된다는 각오로 대원들 모으기에 힘쓰기 시작하셨답니다
소리 없이..

교회 주보에 새로 등록한 이름이 있으면 새신자실에 들리셔서
세례 받으신 분임이 확인 되면 일단 전화번호를 입수한 후에
수첩에 이름을 적고 기도하면서 전화를 돌리셨답니다

짧게는 그 자리에서 오케이를 받으시고
길게는 6개월이나 끈질기게 연락을 취하셨다는데...

성가대에 모셔온 것만으로 끝나지 않으시고
한 달에 한 번은 꼭 그들에게 다시 전화하셨답니다
잘 적응하시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새로오신 대원들은 대장님의 관심과 사랑에 너무 행복해하셨습니다

대장님은 저를 꼭 이렇게 부르십니다
"아이고 우리 귀~~~한 지휘자님!"
그리고 항상 이런 말씀을 하시지요
"뭐 힘든 일은 없습니까,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뭐든지 말씀하세요"

지금도 대장님의 낡은 수첩엔 처음 보는 이름들이 쭉 적혀 있습니다
전화번호와 함께..^^
앞으로 모셔오게 될 분들이랍니다

대장님 부부는 그렇게 대원들을 위해 기도하시고
총부님 부부는 그렇게 바람처럼 날아다니듯 수고해주십니다

이토록 든든한 대장님과 총무님이 옆에 계시다는 사실이
부족함 투성인 지휘자의 마음을 늘 든든하게 만듭니다
.
.
.

지휘자의 길은 때론 외롭고 힘든 길인 것 같아요
물론 이 길이 축복의 길임엔 분명하지만 인간이기에 때로는 힘들 때가 있어요
그러나 여러분들을 위해 말없이 기도해주는 이들이 분명히 있음을 기억하시고
하나님의 위로와 사랑 듬뿍 받으시는 귀한 지휘자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다가올 성탄 준비로 바쁘실텐데.. 모두들 힘 내세요

샬롬~





출처 : 합창사모
글쓴이 : 정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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