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엔 스산한 찬기운이 느껴질 즈음이었다. 새벽에 서울에서 다급하게 전화가 걸려왔다. 밑도 끝도 없이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로 출장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 "아니, 서울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날아가면 2시간 거리인데, 무려 9시간이나 걸리는 모스크바에서 거기로 가라니,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서울과의 소통 수단이 별로 없었던 그 시절, 서울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길이 없었다. 전화로 들려온 설명은 대충 이랬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리 외교관 한명이 피살됐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서울에서 급히 출장을 보내려고 하니, 러시아 입국 비자를 받을 수가 없다. 중앙 언론사들이 모두 외무부를 통해 주한러시아 대사관 측에 취재 기자의 러시아 입국 비자 발급을 요청했는데, 아무리 빨라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