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겨울은 길다. 첫눈이 내리는 날부터 따져 봄 기운을 느낄 때까지 대략 짧게는 5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다. 이후 자주 비가 내리는 짧은 봄을 거쳐 바로 화창하고 따가운 여름날씨로 넘어간다. 모스크바 겨울 날씨는 한마디로 음침하다. 낮이 턱없이 짧은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햇볕을 볼 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눈이 내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뭔가 곧 내릴 듯이 우중충한 날씨다. 구름 낀 하늘은 손에 닿을 듯이 저만큼 내려와 있다. 몸이 늘 찌뿌둥하고 생체 리듬이 답답하게 느끼는 이유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겨울철에는 대기의 기압이 뚝 떨어진다. 현저히 낮은 (저)기압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한국에서 실제 몸으로 느끼기는 어렵다. 그러나 모스크바는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잠이 ..